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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1전시장 리뷰 (한국현대미술관 덕수궁)

해리셀던 2024. 6.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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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접니다.
얼마 전에 한국 근현대 자수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참 인상깊은 전시회여서 간단한 정보와 리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2024년 5월 1일부터 8월 4일까지 하며 장소는 한국현대미술관 덕수궁입니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야 하며 현장에서 발권도 가능합니다.
가격은 2,000원이지만 전시장이 덕수궁 안에 있어서 덕수궁 입장료 1,000원을 따로 내야 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3,000원이며 주변에 마땅한 주차장이 없으므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시청역 2번 출구를 이용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전시회는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문으로 들어가서 양 옆으로 1/4전시장, 2층 올라가서 양 옆으로 2/3전시장, 총 4개의 전시장이 있습니다.
 

<전시회장 약도>
원래 자수는 실을 이용해서 제작하는 작품들로 재료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삭아버리기 때문에 오래된 작품이 거의 없다고 합니 다.
그래서 전통자수라고 불리는 작품들도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 즉 1800년대 말~1900년대 초입니다.
대중들은 흔히 자수라고 하면 조선 말, 일제강점기에 당시 여성들이 만든 자수 작품을 주로 떠올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근현대 자수라는 것도 매우 낯설고 특히 남성이 만든 자수 작품은 그 존재조차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남녀노소 조선부터 한국까지 시간을 관통하여 한국의 자수 작품들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보면서 홍미로웠던 점이 자수가 한국미술계에서 약간 천대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전시회를 보면서 느낀 점이 거의 모든 자수작품은 밑그림이 있어야 하고 그 밑그림은 회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자수 작품은 회화에 종속되어 있으며 자수는 일종의 하청작업으로 인식되어 평가절하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한국 근현대 자수 중 추상자수화를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수만이 가지는 질감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 그리고 뛰어난 작품에서 보이는 감각적 충격 등은 물감을 이용한 회화작품들 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본 작품들 중 인상이 깊었던 작품들을 몇 개 선정해서 리뷰를 하려고 합니다.
이 전시회는 상당히 많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제대로 다 감상을 하려면 2시간 이상은 시간을 잡고 가시길 바랍니다. 여기에 리뷰가 안 된 작품들은 제가 별로 감흥이 안 왔을 뿐이지 못 만들거나 어설픈 작품이 아니라는 점 알려드립니다.
 
 
제1전시실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
이 전시실에는 19세기 조선시대 생활자수, 복식자수 병풍자수 등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이 복을 빌고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의 작품들이었으며 십장생, 소나무, 봉황 등의 전통적인 소재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평안도 안주 지방에 안주수 병풍은 아주 유명했다고 합니다.
자수 제작에 남자 수장이 참여를 했으며 중국에까지 수출했다고 합니다. 안주는 조선 팔도 최고의 자수실을 생산해서 그렇게 유명해졌습니다.
그럼 작품을 감상해보겠습니다.
 
 

<한복유화그림>
누구 작품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문제는 이게 유화라는 겁니다.
자수전시회에 왜 유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는 않았습니다.
 
 

<자수화조도>
일본민예관에서 소장한 작품으로 19세기 말에 비단으로 자수를 한 작품입니다. 맨 위에 붉은 자국은 무슨 자국일까 의문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나무 경계를 검은색 실로 표현한 부분이 신기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저런가?
 
 

<자수화조도 병풍>
숙명여대박물관에서 소장한 작품으로 안주에서 안제민이란 분이 만든 작품입니다.
딱 봐도 진짜 잘 만들었습니다.
특히 동물들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생동감이 넘쳤으며 10폭의 병풍에 복사꽃과 제비, 게와 수풀, 기러기와 갈대, 소나무와 학, 연꽃과 원앙, 금계와 목련, 비둘기와 모란 등 전부 다른 소재로 그려 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병풍에 '폐남수사안제민'이라는 낙관이 찍혀있어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합니다.
폐남은 평안도를 뜻하며 수사는 자수를 하는 장인이란 뜻이며 안제민은 이름입니다.
이때 제가 병풍 전체를 사진찍지 못해서 부분부분만 공유합니다.
 
 

<방석과 보료(침대)>
미국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한 작품으로 자수, 말총, 종이로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특히 조선시대에 보료라는 침대가 저렇게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참고로 말총은 말꼬리털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방석과 보료 가장자리를 꾸미고 있는 문양처럼 각종 문양들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런 문양들은 좀 멋있어보여서 저걸 이용해서 디자인에 접목하면 뭔가 좋은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수저집>
<안경집, 약낭>
조선시대에는 이런 생활도구에도 자수를 넣어 예쁘게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물건 하나하나 모두 사람이 직접 작업해서 만들었을 겁니다.
당연히 물건 숫자도 적고 가격도 비싸서 완전 사치품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역시 잘 사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나 멋을 부리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수 준이종정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수병풍으로 처음 봤을 때 간지가 와...
검정배경에 금색실로 자수를 해서 세련미가 뛰어나고 특히 자세한 물건 묘사가 끝내줍니다.
병풍 내용은 중국 청나라 때 만들어진 금석색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미지와 내용을 자수로 만든건데 고대 청동기 제사 도구들에 대한 모습과 의미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쌍학문 흉배>
조선 후기 비단에 자수한 작품으로 숙명여대박물관 소장 작품입니다.
흉배는 조선시대 관리들의 복장에 들어가는 장식으로 각 계급마다 상징적인 동물을 새겨넣었다고 합니다.
문관은 날짐승, 무관은 길짐승을 문양으로 삼았고 지금 보시는 쌍학흉배는 부마나 종친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부마는 공주랑 결혼한 왕의 사위이며 종친은 왕의 친척입니다.
 
 

<자수매화도병풍>
1870~193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품이며 김규진이 밑그림을 그렸지만 자수는 누가 했는지 모릅니다.
12폭의 병풍이 하나로 이어서 중앙에 매화와 학을 배치하고 양 끝에 붉은색 글자를 배치했는데 그 스케일에 감탄을 했습니다.
왼쪽 글 내용: 매화는 운치가 빼어나고 격이 높아야 한다. 그러므로 뿌리와 가지가 가로 비끼고 성기며 파리한 것을 그림에 그려 넣어야 더욱 기이하다.
오른쪽 글 내용 : 학은 수명이 길고 소리가 고상해야 한다. 그러므로 깃털이나 목과 발, 긴 얼굴에 살직도 파리한 것은 각각 모양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또 늙은 신선들이 타고 다녀 무릎을 대신할 수 있다.
 
 

<간지글자병풍>
이게 어떤 작품인지는 까먹었는데 정말 멋지게 잘 만들었습니다.
 
 

<자수송학도병풍>
주황색 소나무와 희고 오렌지색 학의 색대비가 멋있었습니다.
거기에 파란색 테두리는 강렬한 이미지를 연출했으며 전혀 진부해보이지 않고 오히려 세련미가 느껴졌습니다.
왼쪽 아래 관서와 시도 적혀있는데 이를 통해 양기훈이 원화를 그렸고 왕실에 바친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자수 매화도 병풍과 더불어 이 전시실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제2전시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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